우리가 매일 다운로드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
개발자는 보통 하나의 명령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npm install. 이 한 줄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을 처리해 준다.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내려받고, 의존성을 해결하고, 실행 가능한 상태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이 과정은 너무 자연스럽고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자는 그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간단한 명령 뒤에는 수십 개, 많게는 수천 개의 패키지가 함께 내려받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우리가 직접 사용하지도, 심지어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는 코드들이다.
문제는 이 코드들이 단순히 “용량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존성은 설치 시간, 네트워크 비용, 디스크 사용량뿐 아니라 실행 시점의 성능과 메모리 사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보안 관점에서는 공격 surface를 넓히는 요소가 되며,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디버깅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즉, 우리는 코드를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더 느려지고, 더 취약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개발자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동작한다”는 이유로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누적시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현대 JavaScript 생태계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작은 기능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패키지를 설치하는 문화, 그리고 그 패키지가 또 다른 패키지에 의존하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깊은 dependency tree를 만들어낸다. 결국 하나의 기능을 위해 수십 개의 간접 의존성이 포함되는 상황이 흔해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코드들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질문이 거의 던져지지 않는다. 개발자는 기능 구현에 집중하고, 의존성은 그저 도구로 소비될 뿐이다. 그 결과 우리는 매일같이 필요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코드들을 다운로드하며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많은 의존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단순히 개발자들이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JavaScript 생태계가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어서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이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의존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현재의 JavaScript 생태계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패키지는 지나치게 많고, 의존성 트리는 비대하며, 작은 기능 하나에도 별도의 라이브러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잘못된 설계”로 치부하는 것은 정확한 접근이 아니다. 지금의 구조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과거의 JavaScript 환경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브라우저마다 구현이 달랐고, 표준은 느리게 발전했으며, 동일한 코드가 모든 환경에서 동작한다는 보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ES5 이전의 환경에서는 기본적인 배열 메서드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객체를 다루는 기능도 제한적이었다. Node.js 역시 초기에는 지금처럼 안정적인 런타임이 아니었으며, 다양한 버전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명확했다. 기능을 직접 구현하거나, 혹은 재사용 가능한 작은 단위의 패키지로 분리하여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polyfill과 작은 유틸리티 패키지들이다. 특정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동일한 코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 polyfill은 필수적인 도구였다. 또한, 안전한 동작을 보장하기 위해 global 객체의 변형을 방어하거나, 다양한 실행 환경을 고려한 wrapper를 만드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코드의 재사용성과 호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가 형성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작은 패키지 단위로 쪼개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이 당시에는 최선이었다는 점이다. 개발자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에게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했고, 이를 위해 범용성과 호환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JavaScript 생태계는 “어떤 환경에서도 동작하는 코드”를 목표로 진화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의존성 중심의 구조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구조는 오랜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했으며, 지금의 풍부한 라이브러리 생태계를 만들어낸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브라우저는 대부분 동일한 표준을 지원하고, Node.js 역시 안정적인 LTS 버전을 제공한다. 과거에 필요했던 많은 보완 장치들은 이제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같은 방식으로 의존성을 쌓아가고 있다. 즉, 과거의 합리성이 현재의 비효율로 변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지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관성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어떤 비용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첫 번째 축 — 과거를 위해 현재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
JavaScript 의존성 비대화의 첫 번째 핵심 축은 명확하다. 과거의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코드를 유지하는 문제를 넘어, 실제 실행 경로에 불필요한 로직이 포함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래된 런타임 지원, global namespace 보호, 그리고 cross-realm 값 처리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특정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대부분의 현대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S3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polyfill과 유틸리티 함수들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불필요하다. 현대의 브라우저와 Node.js는 이미 ES5 이상의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며, 배열 메서드나 객체 조작 함수는 모두 네이티브로 구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패키지들은 여전히 이러한 환경을 고려한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코드가 많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분기와 검증 로직이 실행 경로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사례는 global namespace mutation을 방어하기 위한 구조다. 일부 라이브러리는 실행 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네이티브 객체를 직접 참조하지 않고 별도의 래퍼를 통해 접근한다. 이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실제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는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자신이 사용하는 환경을 통제할 수 있으며, global 객체가 임의로 변형되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어 로직이 포함된 패키지는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cross-realm 문제 역시 유사하다. iframe이나 VM과 같은 환경에서 객체의 prototype chain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nstanceof 대신 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타입을 검사하는 코드가 사용된다. 이는 특정 테스트 환경이나 특수한 실행 구조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웹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버 환경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로직 역시 많은 라이브러리의 기본 구현에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모든 요소는 하나의 구조로 수렴한다. 소수의 특수한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코드가, 모든 사용자에게 기본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자는 이러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의존성을 통해 자동으로 포함된 코드를 제거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위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왜 이러한 구조는 제거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여전히 이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섹션에서 다룰 두 번째 축, 즉 “코드를 쪼개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두 번째 축 — 쪼갤수록 좋다는 착각, Atomic Architecture
첫 번째 축이 “과거의 필요가 현재의 비용으로 남아 있는 구조”였다면, 두 번째 축은 보다 현재적인 문제다. 그것은 바로 코드를 잘게 나누는 것이 항상 좋은 설계라는 믿음이다. JavaScript 생태계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작은 패키지 = 재사용 가능성 = 좋은 설계”라는 등식이 거의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철학은 언뜻 보기에는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나의 기능을 작은 단위로 나누면,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쉽게 재사용할 수 있고, 조합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론이 실제 환경에서는 거의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작은 패키지는 진정한 의미의 재사용성을 갖지 못한다. 특정 패키지를 위해 만들어진 유틸리티가 다른 곳에서도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생각보다 자주 빗나간다. 예를 들어, 단순히 값을 배열로 변환하는 함수나, 특정 플랫폼을 판별하는 로직 같은 경우는 매우 제한된 맥락에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독립적인 패키지로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상위 패키지 내부에 포함되어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코드들이다. 즉, 패키지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재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분리되어 있을 뿐인 상태다.
이러한 구조는 dependency tree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시킨다. 하나의 패키지가 여러 개의 작은 패키지를 의존하고, 그 작은 패키지들이 또 다른 작은 패키지를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최종적으로는 매우 깊고 복잡한 트리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기능을 가진 패키지가 여러 버전으로 중복 포함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코드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적 비용이다. 패키지가 많아질수록 설치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요청, 압축 해제, 버전 해석, 충돌 해결 등의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

더 큰 문제는 보안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드러난다. 패키지 하나는 작은 코드일지라도, 그것이 하나의 배포 단위가 되는 순간 관리 대상이 된다. 수십, 수백 개의 작은 패키지는 각각 별도의 유지보수 주기를 가지며, 각각 보안 취약점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하나의 maintainer가 여러 개의 작은 패키지를 관리하는 경우, 그 maintainer가 공격을 받았을 때 영향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이미 여러 번 발생했다. 단순한 유틸리티 함수가 공격 경로가 되어, 상위 패키지와 그 사용자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말로 이 코드들을 패키지로 분리해야 했을까. 단순한 로직이라면, 코드 내부에 직접 포함시키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오랜 시간 동안 “쪼개는 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과 같은 구조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단순히 패키지의 수가 아니라, 잘못된 설계 철학이 표준처럼 굳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또 다른 형태의 문제로 이어진다. 바로, 이미 필요가 없어진 코드가 제거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현상이다.
세 번째 축 — 사라지지 않는 Ponyfill, 기술 부채의 고착화
JavaScript 생태계에서 ponyfill은 매우 흥미로운 개념이다. polyfill이 전역 환경을 수정하여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ponyfill은 이를 import 형태로 사용하도록 만든다. 즉,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미래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이다. 이 접근은 라이브러리 개발자에게 특히 유용했다. 사용자의 실행 환경을 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기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면서도 안전하게 코드를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ponyfill은 분명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구조가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브라우저와 런타임이 해당 기능을 네이티브로 지원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ponyfill은 여전히 코드 안에 남아 있다. 예를 들어, globalThis나 Object.entries와 같은 기능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모든 주요 환경에서 지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도의 패키지를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상은 단순한 코드 중복을 넘어, 기술 부채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ponyfill은 원래 “임시적인 해결책”으로 설계되었지만, 실제로는 영구적인 의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제거하는 과정이 귀찮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해당 패키지를 제거하려면 하위 호환성을 검증해야 하고, breaking change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테스트를 다시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maintainers는 이 비용을 감수하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누적된다. 이미 필요하지 않은 코드가 계속해서 포함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서도 동일한 의존성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체가 과거의 상태를 유지한 채 확장되는 구조가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개별 패키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생태계 전체의 inertia, 즉 관성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적 문제다.

결국 ponyfill 문제는 하나의 본질로 귀결된다. 우리는 코드를 추가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제거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이 비대칭 구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든다. 앞선 두 가지 축과 결합되면서, JavaScript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코드가 계속 남아 있는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이제 이 세 가지 축을 하나로 묶어 보면, 단순한 개별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명확한 패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세 가지 축이 만들어낸 결과 — ‘보이지 않는 시스템 복잡도’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축은 각각 독립적인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복잡도의 증가다. 이 복잡도는 코드의 길이나 파일 수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시스템의 동작 방식, 실행 경로, 의존성 구조 전반에 걸쳐 퍼져 있으며, 개발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형태로 존재한다.
이 복잡도는 가장 먼저 설치 과정에서 드러난다. 수많은 패키지를 내려받고, 압축을 해제하고, 의존성을 해석하는 과정은 단순한 준비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비용은 점점 더 증가하며, 개발 환경의 초기화 시간 자체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실행 시점이다. 불필요한 코드가 포함된다는 것은, 그 코드가 실행 경로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CPU 사용량과 메모리 사용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보안 측면에서의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패키지가 많아질수록 공격 surface는 넓어지고, 하나의 취약점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작은 패키지들이 체인 형태로 연결된 구조에서는, 하나의 취약점이 예상치 못한 경로로 전파될 수 있다. 이때 개발자는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기 어려워지고, 대응 속도 역시 느려질 수밖에 없다. 즉, 단순한 의존성 증가가 아니라, 리스크의 구조적 확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지보수 관점에서의 문제는 더욱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존성이 많아질수록 버전 충돌 가능성이 증가하고, 특정 패키지의 업데이트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디버깅 과정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dependency tree를 따라가야 하며, 이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결국 개발자는 기능 개발보다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는 단순히 많은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복잡성을 시스템에 주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복잡성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개발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의존성을 추가하고, 그 결과 시스템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다. 이 문제가 JavaScript만의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다른 생태계에서도 반복된 패턴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생태계와의 비교 — 왜 Java는 이 문제를 먼저 겪었는가
지금까지의 논의를 JavaScript 생태계 내부에서만 바라보면, 이 문제는 마치 JS 특유의 구조적 결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시야를 넓혀 보면, 이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다른 언어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특히 Java는 이 문제를 훨씬 먼저 경험했다. Maven과 Gradle 기반의 의존성 관리 시스템은 초기에는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dependency hell이라는 형태로 그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Java 생태계에서의 문제는 주로 버전 충돌과 클래스 경로 충돌의 형태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라이브러리가 동일한 패키지의 다른 버전을 요구하면서, 런타임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shading이나 relocation 같은 기법이다. 즉, 라이브러리를 내부적으로 복사하여 충돌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Java 개발자는 의존성 자체를 줄이거나, 명확한 버전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점점 이동하게 되었다.
이와 비교하면 JavaScript 생태계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JS는 classpath 충돌 대신, 패키지를 트리 형태로 격리하여 버전 충돌을 피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서로 다른 버전의 동일 패키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돌 문제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바로 중복과 비대화의 문제다. 동일한 기능을 가진 코드가 여러 번 포함되더라도 충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거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두 생태계는 서로 다른 문제를 선택한 셈이다. Java는 충돌을 중심으로 한 복잡성을 겪었고, JavaScript는 중복을 중심으로 한 복잡성을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경우 모두 의존성이라는 개념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구조적 문제로 변한다는 점이다. 즉, 이 문제는 특정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의존성 기반 개발 모델 자체가 가지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비교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통찰에 도달할 수 있다. JavaScript의 현재 상황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생태계가 이미 한 번 겪고 지나간 경로의 또 다른 변형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실제 시스템에서는 어떤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가.
우리가 실제로 겪는 문제 — 성능, 안정성, 그리고 운영 비용
이제 논의를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려 보자. 지금까지의 내용이 구조적이고 개념적인 설명이었다면, 이 섹션에서는 실제 시스템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다룬다. 특히 고성능이 요구되는 환경이나, 안정성이 중요한 시스템에서는 dependency bloat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직접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문제는 성능이다. 의존성이 많다는 것은 결국 실행 경로에 포함되는 코드가 많다는 의미다. 이 중 일부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로딩 과정이나 초기화 과정에서 비용을 발생시킨다. 특히 서버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용이 누적되면서 latency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모듈이 로딩되고, 그 안에서 추가적인 연산이 수행된다면, 이는 TPS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은 차이가 반복되면서 전체 시스템의 처리량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안정성 측면에서도 문제는 명확하다. 의존성이 많을수록 시스템은 외부 요소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하나의 패키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이 상위 패키지로 전파되고, 결국 애플리케이션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간헐적인 오류나 특정 조건에서만 발생하는 버그의 경우,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된다. 개발자는 자신의 코드가 아니라, 수십 단계 아래의 의존성을 분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운영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의존성이 많아질수록 업데이트 주기가 복잡해지고, 각 패키지의 변경 사항을 추적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한다.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직접 사용하는 패키지가 아니라, 간접 의존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dependency tree를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개발 비용을 넘어, 조직 전체의 운영 비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명확한 결론에 도달한다. 의존성은 단순한 개발 편의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의 성능과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리고 현재의 구조는 이 요소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에 머무를 수 없다. 이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 구조를 뒤집는 전략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문제는 충분히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특히 JavaScript 생태계처럼 거대한 구조에서는, 단순한 원칙만으로는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모든 것을 지원하려 하지 말고, 내 환경에 맞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의존성에 대한 태도의 변화다. 지금까지 우리는 패키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처럼 소비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모든 의존성은 비용을 동반하며, 그 비용은 언젠가 시스템에 반영된다. 따라서 새로운 패키지를 추가할 때는 반드시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간단한 로직이라면 직접 구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몇 줄의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수십 개의 의존성을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환경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브라우저, 모든 Node 버전을 지원하려는 접근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현대의 개발 환경에서는 지원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범위 내에서 최적화를 수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polyfill이나 ponyfill을 제거할 수 있으며, 코드의 복잡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코드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구의 활용도 중요하다. dependency tree를 분석하고, 사용되지 않는 패키지를 제거하며, 대체 가능한 기능을 찾는 작업은 수작업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구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의 판단이다. 어떤 의존성이 필요한지, 어떤 코드를 직접 구현할지에 대한 결정은 결국 개발자가 내려야 한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 수 있다. 기존 코드를 수정해야 하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일부 패키지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시스템의 복잡도를 줄이고,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계속 누적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를 재정비하여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이 선택의 어려움은 다음 섹션에서 다룰 현실적인 한계와 맞닿아 있다.
현실적인 한계 — 우리는 왜 쉽게 바꿀 수 없는가
지금까지의 흐름을 따라오면 해결 방향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불필요한 의존성을 줄이고, 환경 기준을 명확히 하며, 가능한 한 단순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이 방향으로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제약과 현실적인 비용에 있다. 이 섹션에서는 왜 우리가 이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지를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본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존 생태계에 대한 의존이다. 많은 프로젝트는 이미 수십, 수백 개의 패키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간접 의존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정 패키지를 제거하거나 교체하려고 하면, 그 영향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작은 변경이 예상치 못한 버그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개발자는 “문제가 없으면 건드리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 다른 현실적인 제약은 오픈소스 유지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npm 패키지는 개인 또는 소규모 팀에 의해 유지되며, 이들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코드를 굳이 수정하여 의존성을 줄이거나 ponyfill을 제거하는 작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특히 breaking change 가능성이 있는 경우, 유지자는 더욱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체는 변화보다 안정성을 선택하게 되고, 기존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역시 중요한 변수다. 특히 금융이나 대규모 서비스 환경에서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며,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더 가벼운 구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의존성을 제거하기는 어렵다.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설명하고, 테스트를 수행하며, 롤백 전략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며, 당장 눈에 보이는 기능 개선이 없는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바꾸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방향을 무조건적으로 추구하기보다,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이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선택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 글의 핵심 메시지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 — 이제는 ‘작게 쪼개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줄이는 것’
지금까지의 흐름을 따라오면 하나의 명확한 패턴이 드러난다. JavaScript 생태계는 과거의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그 구조는 오랜 시간 동안 유효했다. 그러나 환경이 변화한 지금, 동일한 구조는 더 이상 최적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의존성을 추가하며, 그 결과로 발생하는 비용을 무의식적으로 감수하고 있다. 이 글에서 살펴본 세 가지 축은 그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는 하나의 프레임일 뿐이며, 실제로는 더 넓은 범위에서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특정 라이브러리나 특정 개발자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생태계 전체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 온 관성의 결과다. 따라서 해결 역시 개별적인 개선만으로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단위에서의 인식 변화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존성 하나하나를 다시 바라보고,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은 단순하다. “작게 쪼개는 것”이 항상 좋은 설계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환경에서는 “적절하게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일 수 있다. 모든 것을 재사용 가능한 단위로 나누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구성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코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변화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의 편의성을 유지하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의식적으로 구조를 단순화하며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선택은 단기적인 생산성보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직결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리팩토링이 아니라, 아주 작은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나는 왜 이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는가”.